지난해 재해조사 대상 사고사망자가 598명으로 전년보다 46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조사 시작 이래 500명대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용노동부는 건설공사 부진 등 전반적인 경기 여건이 악화한 결과이자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의 추진효과로 해석했다. 아전인수식 풀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전년보다 46명, 7.1% 감소
노동부는 7일 ‘2023년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 잠정결과를 발표했다.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통계는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발생한 산재 사망사고를 수집·분석한 것으로 2022년부터 공식 집계됐다.
지난해에는 584건의 산재가 발생해 598명이 숨졌다. 611건의 산재가 발생해 644명이 숨진 전년보다 사고사망자는 7.1%, 재해 건수는 4.4% 감소했다.
사고사망자 감소는 건설업이 주도했다. 지난해 건설업에서는 297건의 산재가 발생해 303명이 숨졌다. 사망자와 재해 건수가 전년보다 각 11.1%(38명), 9.5%(31건) 줄었다. 반면 제조업과 기타업종은 전년보다 2건씩 증가한 165건, 122건을 각각 기록했다. 사고사망자는 각각 1명, 7명 감소했다.
노동부는 “전반적인 경기 여건,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추진 효과, 산재예방 예산의 지속 확대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2023년 건설 착공·동수와 건축면적은 전년보다 24.43%, 31.72%씩 줄었다. 제조업 가동률도 4.55% 하락했다. 산재예방 예산은 2022년 1조1천억원에서 이듬해 1조2천억원, 올해는 1조3천억원으로 증가세다.
중처법 미적용 50명(억) 미만 사업장
건설업은 감소, 제조업은 증가
업종·규모별로 보면 50억원 이상 공사현장에서는 사고사망자가 전년보다 7명(6.1%) 늘었고, 50억원 미만 건설현장에서는 45명(19.9%) 줄었다.
제조업은 그 반대다. 50명 이상 사업장이 15명(16.9%) 감소한 반면 50명 미만 사업장은 14명(17.1%) 증가했다.
정부는 50억원 이상 건설현장에서 재해와 사망자가 늘어난 것도 경기 영향으로 분석했다. 최태호 산재예방감독정책관은 “50억원 이상 건설현장은 수주했던 물량의 공사가 굉장히 활발히 진행됐다”며 “50억원 미만과 달리 기성금액과 취업자가 늘어난 것으로 나온다”고 부연했다.
사고사망자 감소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영향으로 보긴 어렵다는 게 노동부 입장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영향을 미쳤다면 2법이 적용된 50명 이상 제조업 사업장, 50억원 이상 건설공사 현장의 재해가 모두 감소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은 노동부의 위험성평가 기반의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정책 덕으로 돌렸다. 위험성평가를 실시한 사업장 비율이 2019년 34.8%에서 지난해 71.8%로 오른 점을 강조했다.
정부 “위험성평가 많이 해서 사망자 감소”
노동계 “아전인수 해석”, 전문가 “이런저런 추정만”
노동부 해석을 놓고 아전인수식 해석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광일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해자자 수가 500명대로 들어온 것 자체는 의미가 있고, 법 시행이 영향을 미친 부분이 있다"고 평가했다. 김 본부장은 "위험성평가가 확대돼 재해가 줄어든 것이면 공사금액 50억 이상 현장에서 주는 게 맞는데 줄지 않았다"며 "현장에서 위험성평가를 했지만 그게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시행 평가에서 노동부가 성과로 제시했던 것이 중대재해 사고백서, 중대재해 사이렌 등인데 이것이 중대재해 감소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 실장은 “건설·제조업 등 경기위축이 중대재해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강태선 서울사이버대학 교수(안전공학)는 “현장의 안전보건 환경이 바람직하게 바뀔 경우 우호적으로 변하는 여러 지표가 있는데 가장 마지막에 변하는 후행지표가 사망자수”라며 “사망자수가 수십명 줄어든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한 일”이라고 해석했다. 강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뒤 부정적인 영향도 있지만 긍정적인 영향이 대다수라고 본다”며 “법 시행 후 변화를 밀도 있게 모니터링할 조직이 필요한데, 노동부는 사망자수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을 하지 못한 채 이런저런 추정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대재해 감소세에 대한 충분한 연구가 되지 않은 탓에 중대재해 감소에 대한 노동부 분석도 때에 따라 다르다. 노동부는 2022년 2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음에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사업장의 산재, 사망자수가 감소하자 “단기간 수치로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해석을 내놨다.
강예슬 기자 yeah@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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